라쉥이의 2025년 연말은 안으로 에너지가 수렴합니다. 2024년은 무안 참사며 계엄이며 큰 이슈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내면의 화와 슬픔을 적극적으로 애도하느라 트랜스를 이용한 리추얼 파티 'Reset & Rise(리뷰영상)'를 진행했습니다. 뜨겁게 준비했고, 관객도 120명이나 몰리면서 성대한 애도 잔치로 묵은 해를 화려하게 보내주었죠.
그런데 올 연말은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바라보면서 소복소복 쌓이는 감각을 느낍니다. 돌아보니 또한 너무나 뜨거운 한해였고, 미친 프로젝트로 꽉꽉 채운 한 해였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알 수 없는 우주의 흐름이 아웃풋 보다는 인풋으로 라쉥이를 이끕니다.
올 연말은 조용히 나만의 롯지로 돌아와 화로에 성냥을 던집니다. 그리고 1년 간 삶의 다이나믹으로 헐어버린 한 모금 호흡을 머그잔에 푸근하게 담아, 피어오르는 연기에 지난 사랑과 여행을 떠올립니다. 2025년에는 새로운 사랑에 눈을 뜬 한 해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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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쉥이가 살면서 만난 다섯가지 종류의 사랑
첫 번째는 집단적 사랑입니다. 라쉥이는 올해 2년 동안 미뤄둔 '라이프쉐어 모더레이터 스쿨'을 다시 오픈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수업보다, 오픈 자체에 대한 마음을 먹는 것이 너무나도 어려웠어요. 제가 누군가와 둥지를 틀고, 지속적인 사랑을 약속하는 것에 너무 부담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그냥 자격증 비지니스 아니냐? 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라쉥이는 시작을 했는데 진심을 다하지 않거나, 지속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저항감이 큽니다. 내가 망쳐버리지는 않을까에 대한 두려움이죠. 그래서 외주 기획자를 2명이나 두면서 돈을 쓰면서 강제성을 이용해 겨우 겨우 과정을 오픈했어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오랜만에 듬뿍 사랑을 주어도 되는 사람들을 만나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밖에서 나의 에고가 요동치는 로맨틱 러브보다 이곳은 무척 안전하였으며, 마음껏 나를 사랑한다 말하는 이들에게 편견없이 나 또한 사랑한다 말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좋을 거면서 왜이리 오픈하는 걸 힘들어 했을까요?
거친 외출을 하고 돌아와도 모더레이터 스쿨의 존재들을 만나면 영혼의 안식을 얻었습니다. 모더레이터 Essential 1기 수료생들은 21시간 교육이 2달이 지난 지금도 매주 Zoom에서 출석율 90% 이상으로 만나 리뷰 모임을 하고, 서로의 삶에 단단하고 따뜻한 지지자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이 안전하고 깊숙한 포용감은 코로나 이전 2019-2020 '다이빙 클럽'에서 느꼈던 감각과 동일합니다. 비지니스라고는 볼 수 없는 절대 R.O.I가 나오지 않는 진심 어린 공동체 방식의 커뮤니티 형태이지만, 라쉥이 같은 인간에게는 꼭 필요했던 보금자리였습니다.
왜그렇게 많은 종교에서 집단적 사랑, 도반과의 나눔을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곳에서는 Unconditional Love 가 작동합니다. 비요율적이면 어떤가요. 내 곁에 고향이 생긴걸요. 앞으로 라이프쉐어 안에서 교육이란 이름의 집단적 사랑의 울타리를 지속적으로 열어볼 생각입니다.
두 번째는 '삶'에 대한 사랑입니다. 삶은 괜찮을 만하면 몽둥이를 듭니다. 그리고 딱딱해진 인간 몽뚱이가 부드러워지게 몽둥이 찜질을 해주죠. 잘 나갈 때는 '이만하면 내가 사슴인가? 공룡인가?' 오만을 떨게 됩니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여지없이 내가 삶이란 우주에서 한조각 돈까스 뿐이라는 걸 인지하게 됩니다.
하지만 라쉥이가 삶을 사랑하는 방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면서 safety zone을 벗어나 여행을 하는 것입니다. 울면서 달리기라고 부르죠. 너덜너덜해진 몸으로 돌아와 한숨 자고, 겨우 남은 힘으로 일기를 쓸 때면 내 스스로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여행의 이야기들을 내가 만들지 않았다면요. 울고 무너지고 야비하고 찌질하더도, 그때 내가 어설피 발을 내디디지 않았다면요. 지난 삶의 여정을 사랑스럽고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라쉥이와 전세계에 연결되어 있는 영감 많고 아름다운 친구들은 없었을 거예요.
제게 삶에 대한 사랑은 주어진 길에 반발짝이라도 용기내 발을 내딛고, 묻어두고 돌아서려고 했던 사람의 눈을 다시 마주하고 작별의 인사를 나누는 것입니다. 물론 용기는 지금도 계속 떨어지고, 양심은 후달려요. 하지만 삶을 사랑하는 것은 멈추지 않고 싶어요. 오늘 나는 어떤 진실을 외면했을까요?
세 번째는 로맨틱 러브입니다. 연인이라는 것은 참 신기한 관계입니다. 가만히 거리감 두고 있으면 참으로 괜찮았을 너와 나입니다. 그런데 이게 사적인 관계로 묶이는 순간 튕겨져 나오는 취약성과 에고의 역동에 소스라칩니다. 그 누군가에게도 바라지 않았던 것들이 그에게 요구되어지고, 나는 칭얼거리는 어린 아이가 됩니다.
20여년 간의 연애 인생의 수많은 실패와 모지람을 지나오며, 사랑하되 '의존하지 않는 사랑'을 이상적 관계 형태로 바라게 되었습니다.
상대가 나의 내면 아이와 정서적 결핍을 안아준다면 참으로 고마울 일이나, 1차적으로는 내가 직접 돌봐야하는 나의 외로움이었습니다. 나는 내 존재로 잘 서고, 상대에게 의존하려 하지 않을 때 우리는 함께 오래 여행할 수 있는 메이트가 됩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면 어김없이 나의 응석부림과 자잘못을 따지려는 고까운 내면의 판사를 발견합니다. 이것은 상대가 안아야 하는 피로와 불안이 아닙니다. 나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피곤하게 했을까요..
그러니 비슷한 패턴이 올라오면 다시 한번 나를 보며, 이제는 성인이 된 나를 감각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들은 나의 또 하나의 영혼의 조각들이며, 어른이 된 내가 품어줄 수 있는 아이들입니다. 올해 여러가지 일들과 책 속에서 알게 된 이 알아차림을 라쉥이는 놓치지 않을거에요. 그리고 언젠가 의존하지 않는 사랑에 다가설 거예요. 이 주제에 더 관심있는 분들은 라르스 스벤젠가 쓴 책 <외로움의 철학> 추천드립니다.
네 번째는 '우정' 관계의 사랑입니다. 라쉥이도 조금씩 나이가 들며 점점 친구가 없어지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한명 한명의 친구들이 참 소중해졌습니다. 세상 모든 것이 당연한 것이 없듯이 이들에게도 로맨틱 러브와 같이 피로를 지속적으로 안겨주면 계속 곁에서 같은 수준의 사랑을 줄 사람은 없습니다. 그리고 집단적 사랑에서처럼 R.O.I가 나오지 않는 진심을 다하지 않으면 관계는 점차 멀어집니다. 우정에도 노력이 필요해요.
그래서 요즘 라쉥이는 우정을 먼저 생각하고, 남자끼리라도 먼저 연락하려고 해보고, 그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따뜻하게 챙기려 노력합니다. 너무 다행이도 더 늦기 전에 정말 우정 관계의 사랑이 삶에 보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여러분도 사는게 바쁘겠지만, 누군가 내 마음 속을 스치고 지나친다면 문득 연락이라도 해보세요. 항상 고마워하고 있다고요.
그리고 아마 로맨틱 러브와 가족과의 사랑도 조금씩 '우정'의 형태로 건강하게 변화하는 것 같아요. AI에게 내 마음을 고백하고, 휴머노이드에게 의료 돌봄을 맡기는 요즘이지만 내게 따뜻한 밥한끼 해줄 수 있는 친구는 삶에서 더 없이 소중합니다.
다섯 번째는 '나'에 대한 사랑입니다. 이 모든 사랑이 내가 없으면 어떻게 지속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좋은 관계도 내 중심을 잃으면서 할 수는 없습니다. 어떠한 관계 속에서라도 내가 사라지고 있다면 잠시 휴식을 가지셔야 합니다.
라쉥이가 자신을 가장 손쉽게, 그리고 확실히 사랑해주는 방법은 글을 쓰는 것입니다. 산책, 컨택, 108배, 수영, 러닝 등 어떤 방법이라도 괜찮아요. 혼자만의 동굴을 짧게라도 자주 허용해주세요. 어렵다면 라쉥이가 쓴 책 '작은 여행, 다녀오겠습니다'를 한번 읽어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나를 지키는 것이 상대방과 더 오래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이기에, 잘 설명하면 그들도 충분히 이해해줄거에요. 내가 사라지고 있다면 꼭 꼬리를 말고, 잠시 세상과 단절되어 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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